가개통, 말만 들어도 좀 껄끄럽다. 공식적으로 개통하지 않고 단말기를 임시로 활성화해 번호를 만들어 주는 행위.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도대체 누가 정하는 걸까.

사실 가개통 수수료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특정 폰이 인기를 끌면 가개통 물량이 늘어난다. 단통법이니 뭐니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성행 중이다. 수수료는 보통 3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 어떤 업체는 5만 원에 해주고, 어떤 데는 8만 원을 받는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첫째, 리스크다. 가개통은 통신사 약관을 위반하는 행위다. 적발되면 해당 회선이 강제 해지되거나, 판매점에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리스크가 큰 업자는 더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안 걸릴 확률이 높다고 자부하는 곳은 오히려 싸게 해주기도 한다.

둘째, 통신사별 정책이 다르다. SKT는 가개통 적발 시 패널티가 강하다. 반면 LG U+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 그래서 가개통을 전문으로 하는 업자들은 U+ 회선을 선호한다. 이런 차이가 수수료에 반영된다. 같은 조건이라도 SKT 회선 가개통은 1~2만 원 더 비싸다.

셋째, 물량과 시기. 알뜰폰 번호이동이 폭발하는 달, 신규 단말기 출시 시즌에는 가개통 수요가 급증한다.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수수료가 오른다. 반대로 비수기에는 가격이 내려간다. 몇몇 대리점은 재고 처리를 위해 가개통 수수료를 반값에 내놓기도 한다.

가개통 시장에선 정보 비대칭도 중요하다. 어떤 업자는 통신사 심사에서 잘 걸리지 않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개통 후 3시간 만에 해지하는 패턴을 피한다거나, 실제 사용자처럼 통화 기록을 만드는 식이다. 이런 기술력이 있으면 수수료를 높게 책정할 수 있다.

유명 커뮤니티에서는 “가개통 수수료는 그냥 업자 맘대로”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쟁이 치열하다. 동네 휴대폰 가게보다 인터넷에서 ‘가개통’을 검색하면 나오는 업체들이 더 많다. 가격 비교가 쉬워지면서 수수료가 점점 투명해지는 추세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 왜 사람들은 가개통을 할까. 대부분은 단말기 자급제나 해외 직구 폰을 국내에서 사용하려고 한다. 통신사에서 정식 개통하려면 여러 서류가 필요하고, 때로는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가개통은 이런 갭을 메워주는 회색지대 서비스인 셈이다.

수수료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보증’이다. 가개통 후에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한지, 노바폰 나중에 통신사에서 문제를 삼지 않는지. 이런 보증을 해주는 업자는 수수료를 더 받는다. 반품이나 환불 정책이 있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최근에는 자급제 단말기가 늘면서 가개통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아이폰이나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이었는데, 지금은 중저가폰도 가개통 대상이 된다. 수수료는 더 낮아졌다. 공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가개통이 달갑지 않다. 가입자 통계가 왜곡되고, 보조금 사기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각 통신사는 가개통 탐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통 후 24시간 이내에 해지하면 자동으로 플래그를 띄우는 식이다.

결국 가개통 수수료는 하나의 작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리스크와 수요, 경쟁, 통신사 정책, 업자의 기술력. 이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을 명심해야 한다. 너무 싼 가개통은 나중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요즘은 해외 직구폰이나 중고폰을 자급제로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개통 문의가 줄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폰이나 특정 모델은 국내 통신사에서 정식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한 가지 재미난 점은, 가개통 수수료가 지역별로도 다르다는 거다. 서울 강남 지역은 비싸고, 지방 대도시는 상대적으로 싸다. 왜냐면 강남에는 가개통을 필요로 하는 고객이 더 많고, 시간을 아끼려는 성향이 강해서다. 반면 지방은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가 공유되며 가격 경쟁이 붙는다.

사실 가개통 자체가 법적으로 명확한 규정이 있는 건 아니다. 통신사 약관 위반일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업자들이 제멋대로 수수료를 정할 수 있다는 오해를 낳는다. 하지만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는 가격이 일정 수준으로 수렴한다.

종합해보면, 가개통 수수료는 거래 당사자 간의 협상력, 시장 상황, 리스크 인식에 따라 결정된다. 고정된 가격표는 없다. 다만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 업계에 존재한다. 그걸 모르면 호구가 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여러 업체에 견적을 받아보는 게 기본이다. 한 군데서 8만 원을 부르면 다른 데선 5만 원에 해줄 수도 있다. 단, 지나치게 싼 곳은 의심해봐야 한다. 가개통 후에 번호가 터지거나, 단말기가 블랙리스트에 오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개통 수수료는 시장이 만든 가격이다.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정한 게 아니다. 다만 그 시장이 투명하지 않아서 소비자가 헷갈릴 뿐.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유리한 게임인 셈이다.